Insights

AI가 좋아져도 당신은 프로덕트를 만들 수 없다

권진석

Jin Kwon

2026-03-11

March 11, 2026

AI 시대에도 바뀌지 않은 것들

AI의 시대입니다. 어딜 가나 AI 이야기가 넘치고, 매일 셀 수 없이 많은 AI 콘텐츠를 마주하게 되죠. AI 덕분에 생산성이 크게 좋아진 건 사실입니다. 예전에는 20명이 넘는 개발 조직이 하던 일을 이제는 3~4명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AI가 사업에 이롭다는 것에는 저도 완전히 동감합니다.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비용이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새로운 것에 현혹될수록 본질이 희미해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대는 돈 벌기 좋은 시대였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지금이 AI를 활용해서 돈 벌기 가장 좋은 때"라고요. 그런데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한 지 8년 정도 되면서, 이 말을 듣지 않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2018년쯤 주언규 대표님의 신사임당 채널에서 "단군 이래 지금이 가장 돈 벌기 좋은 시기"라며 스마트스토어를 권했습니다. 1년쯤 지나니 같은 채널에서 이번에는 유튜브가 대세라고 했죠. 그뿐인가요? 그 시기에 주식, 부동산, 코인 중 무엇을 했어도 몇 배 이상의 수익을 냈을 겁니다. 결국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에 맞는 '돈 버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AI 열풍도 그 흐름 중 하나일 뿐입니다.

클로드 코드, 커서 AI는 결국 기술 공부입니다

생각만 있으면 AI가 모든 걸 해준다고 하죠. 그래서 저도 얼마 전부터 바이브코딩을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 결국 npm, React.js, Node.js, GitHub를 4~5년 만에 다시 설치하는 일이었습니다.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 코딩을 배울 때도 똑같았어요. 퇴근 후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제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도 참 신기합니다. 10년 전에는 "코딩만 배우면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했죠. 클라우드가 나왔을 때에도, 관리형 언어가 등장했을 때도 비슷한 말이 나왔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서버를 구비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할 수 있어!", "이제 메모리를 관리할 줄 몰라도 돼!" 처럼요. 새로운 도구가 나올 때마다 같은 말이 반복됩니다.

지금의 AI 활용은 개발이 한 단계 더 편해진 것에 가깝지, 개발의 본질이 바뀐 건 아닙니다. 코드의 본질도 컴퓨터와 소통하기 위한 인간의 언어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개발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제 커리어에서 임팩트가 컸던 사건 중 하나는 디스콰이엇 박현솔 창업자님의 블로그 글이었습니다. 웹플로우와 재피어를 써서 2주 만에 MVP를 런칭하고, 그것이 불씨가 되어 꽤 많은 투자를 받았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때 저도 웹플로우를 배워 온갖 아이디어를 바로 웹사이트로 만들며 검증하곤 했습니다. 2021년에는 티클에서 웹플로우와 재피어로 앱 기능을 직접 만들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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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솔 창업자님은 원래 디자이너였는데, 개발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피그마 대신 개발 도구를 먼저 열었다고 합니다. 수년 전에도 개발은 디자이너가 배우고자 하면 배우고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없었던 것은 의지였지, 역량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모두 코딩하는 몇 년 전의 개발 환경도 이미 풍족했습니다. AI는 그 연장선에 있을 뿐이에요.

기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비개발자는 생각보다 적습니다

저도 기술 이해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커리어 중 몇 번의 계기로 크게 성장한 순간들이 있었어요. 고위드에서 신용카드사와 TCP/IP 고정 길이 전문 통신을 지켜봤고, Awair에서는 펌웨어 개발, NFC, 블루투스 통신을 옆에서 경험했습니다. 서비스의 기획은 결국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가공하고 전달하는지에 대한 대응이더라고요. 그리고 이걸 모두 이해한 기획을 만들었을 때에 "개발 불가능한 것"을 기획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개발자와의 대화가 쉽고 수월해진 것은 덤이고요. 경력이 쌓여도 프론트엔드와 서버를 구별하지 못하는 디자이너가 많이 있습니다. 이들은 데이터 흐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데이터 흐름을 이해하는 것마저도 대신해주지 않습니다.

AI에만 의존한 사업이 위험한 이유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논쟁하며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말도 들려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구성원이 아무리 유능해도 대표가 본질을 모르면 팀은 결국 떠나거나 조직이 무너집니다. AI 에이전트에만 의존하는 사업도 마찬가지예요. AI가 혼자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로직에는 특별함이 없습니다. 어떤 로직이 핵심인지 이해하지 못하면, AI는 반복 작업을 거치면서 그 핵심을 스스로 희석시켜버립니다. 버그가 누적되고 근본적으로 고쳐지지 않는 건 덤이고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경쟁력이 될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바뀐 건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절대 대신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소비'와 '책임'입니다. 아무리 근사한 제품을 만들어도 AI는 사람 대신 소비해주지 못합니다. 무언가를 팔기 위해 설득해야 할 대상은 결국 사람이에요. 책임도 마찬가지입니다. AI가 실수하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면, 그것을 운영한 사람이 책임을 집니다. 에이전트 3개로 3명 인건비를 대체하면 비용은 크게 줄겠죠. 하지만 그뿐입니다. 예전에 사람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켰다면, 이제는 AI로 일으키는 것입니다. 자동화든 MCP든, 도구는 바뀌었지만 유능한 사람들은 언제나 레버리지를 잘 활용해왔습니다. AI를 활용하는 게 나쁘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눈앞의 화려한 도구에 집중하다 보면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사업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입니다.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 이 사실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References

Keywords

Product Management

Startup

프로덕트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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