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s

디자이너가 월 천 버는 방법

권진석

Jin Kwon

2026-04-30

April 30, 2026

디자인을 배우러 왔다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이유

월 1천만 원이라고 하면 대단한 금액처럼 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치고 나면 실수령액은 6~7백만 원 정도예요. 서울 중산층 평균 생활비 수준입니다. 세상에는 훨씬 더 큰 돈을 버는 대단한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지금 KT클라우드 테크업 프로그램에서 프로덕트 디자인 과정을 이끌고 있습니다. 외주와 강의를 적절히 병행하면서 수입을 늘려가고 있어요. 사람들은 종종 IT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다가 어떻게 교육으로 넘어갔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이 질문을 들을 때마다 사실 넘어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일의 본질은 결국 같거든요.

땅끄부부 이야기를 먼저 해볼게요

예전에 헬스에 엄청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좋아하던 유튜버가 땅끄부부를 칭찬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운동을 대중에게 잘 전달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운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뱃살만 3킬로 빼고 싶어요" 같은 말을 해요. 하지만 신체 특정 부위의 살만 빼는 건 불가능합니다. 땅끄부부는 이걸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주제는 "뱃살 빼기", "복근 만들기"로 잡되, 복근 운동을 하는 척하다가 자연스럽게 전신 운동으로 흘러가는 구성을 주로 합니다. 그 유튜버는 이걸 비판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운동을 더 많은 대중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칭찬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디자이너로 취직하면 모든 게 해결될까요?

디자인 취준생들은 처음에 취업만을 생각합니다. 취직에 성공하면 모든 고민이 해결될 거라고 믿어요. 하지만 인생에는 순간순간마다 새로운 스트레스가 생깁니다.

디자이너로 취직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많이 걱정되는 건 나에 대한 대우예요. 우리나라 회사들은 디자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디자이너에 대한 대우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선택하는 건 보통 셋 중 하나예요. 회사를 욕하거나, 이직을 준비하거나, 혹은 둘 다 하거나.

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이 문제를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내 전문 직무의 관점이 아니라,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이었어요.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러기 위해 나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하면 일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모든 일의 본질은 같습니다

디자인은 예쁘게 만드는 학문이 아닙니다. 심미적 테크닉으로서의 디자인은 90년대에 이미 끝났어요. 현재의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는 테크닉입니다. 사용자의 페인포인트와 니즈를 발견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분야예요. 근데 사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버는 분야이고, 개발은 이를 실현하는 분야입니다. 결국 세 분야 모두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에서 시작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예쁘게 만드는 일"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습니다. 디자이너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쁘게만 만들어서는 부족합니다. 고객의 페인포인트와 니즈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개발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지까지 이해해야 해요.

저도 IT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다가 이 과정으로 넘어온 게 아닙니다. IT 회사에서는 해결방안이 제품이었고, 지금은 해결방안이 커리큘럼과 함께하는 시간일 뿐이에요. 고객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한다는 본질은 달라진 게 없습니다. 과정이 끝나면 저는 수강생들과 그냥 친구 내지 지인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언가를 전달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관계라기보다, 같은 방향을 함께 고민했던 사람들의 관계에 가깝습니다.

복근 운동을 한다고 뱃살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디자이너가 좋은 대우를 받으려면 디자인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복근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뱃살이 빠지지 않는 것처럼, 예쁘게만 만든다고 해서 좋은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닙니다.

내 벌이를 높이는 건 결국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예요. 사업, 개발, 마케팅처럼 디자인과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태도가 쌓이면 디자이너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외주도 들어오고, 강의 자리도 생겨요.

그래서 저는 땅끄부부처럼 이 과정을 이끕니다. 디자인을 배우러 왔는데, 어느 순간 세상 모든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경험을 하도록 안내하는 거예요. KT클라우드 테크업 과정이 개발, 보안, 인프라, PM 등 다양한 직군과 함께 협업하는 구조인 것도 그 이유입니다. 복근 운동을 하러 왔다가 전신이 단단해지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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