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석
Jin 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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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1
April 21, 2026

KT클라우드 테크업 1기가 4월 22일에 마무리됩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취업하고 싶어하는 분들과 함께한 7개월이었어요. 미국과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오면서 배운 생각들을 전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저도 많은 것을 배우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면서 이 과정에서 가장 전하고 싶었던 세 가지를 정리해봤어요.
일을 하다 보면 "사용자 경험이 좋아요.", 또는 "사용자 경험이 좋지 못해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어요. 그 말은 틀렸다는 겁니다.
사용자 경험은 수치화할 수 없습니다. 수치화할 수 없다는 건 무엇이 더 나은지 객관화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누군가 "이 화면이 더 좋아 보여요"라고 말하는 순간, 그건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무엇이든 좋고 나쁜 것을 비교할 수 있으려면 객관적인 수치가 담보되어야 합니다.
서베이, 인터뷰, A/B 테스트 등의 사용자 리서치는 모두 그 근거를 만들기 위한 방법입니다. 따라서 사용자 리서치를 하지 않았다는 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아요. 개선된 성과에 대해서 모르니깐요. 리서치 없이 사용자 경험을 이야기하는 건 매출액을 측정하지 않고 매출이 좋아졌다고 논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용자 리서치를 하다면, 결국 발견하게 되는 건 니즈와 페인포인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니즈와 페인포인트를 발견했는데, 이것이 비즈니스 모델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는 거예요. 제대로 된 UX 인사이트는 반드시 비즈니스 모델과 맞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를 이해하는 것과 비즈니스를 이해하는 것은 사실 같은 이야기예요.
디자이너와 개발자 채용을 몇 번 진행해보았습니다. 근데, 그때마다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후보자는 생각보다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 퀄리티 높은 결과물, 좋은 사용성을 위해 시간을 달라고만 하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요구사항을 들어줄수록 회사는 점점 힘들어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이너를 배려할수록 회사가 힘들어진다면, 그 디자이너는 결국 오래 함께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비즈니스 모델부터 이야기해볼게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사람의 시간뿐입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니, 사실상 돈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셈이에요. 사람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끼기 위해 돈을 씁니다. 빨래를 직접 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세탁기를 사고, 요리하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외식을 하죠.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결국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는 방법입니다.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거예요. 고객은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으니 기꺼이 돈을 냅니다. 다시 말해 회사는 고객의 페인포인트와 니즈를 대신 해결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겁니다.
이 관점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디자이너가 만드는 것도 결국 제품이고, 그 제품은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해야 합니다. 쓸모 없는데 사용자 경험이 좋은 제품은 존재하지 않아요. 잘리지 않는 칼, 글씨가 써지지 않는 펜은 아무리 디자인이 아름다워도 의미가 없습니다. 반면 사용이 다소 불편해도 전달하는 가치가 니즈에 딱 들어맞는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씁니다.
결국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이 제품이 고객의 어떤 페인포인트와 니즈를 해결해주는가?"입니다.
비즈니스 모델 이야기를 했으니, 이걸 취업에 그대로 대입해볼게요.
회사는 채용을 통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됩니다. 채용 전에는 채용 담당자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채용 후에는 신규 채용자를 온보딩 하고, 매달 나가는 급여가 있어요. 그럼에도 채용을 진행한다는 건 회사에도 해결해야 할 페인포인트와 니즈가 있다는 뜻입니다. 회사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돈을 받듯이, 회사도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을 찾고 그 대가로 연봉을 지불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면접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면접은 늘 채용자가 구직자에게 질문하면서 시작합니다. 이건 제품의 스펙을 알아보는 것과 같아요. ‘나/라는 제품이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거죠. 채용자는 그 질문을 통해 ‘나’를 채용했을 때 회사가 어떻게 달라질지를 상상합니다. 하지만 채용자는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나’를 직접 써본 적도 없습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를 채용할 회사에서 내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해요. 내가 가진 기능과 스펙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인터뷰를 통해 회사의 페인포인트와 니즈를 발견하고, 이들에게 제공할 가치를 파는 겁니다. 하지만 면접에 참여하는 구직자들은 대부분 회사에게 잘 보일 생각만 합니다. 이게 취업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놓치는 핵심이에요.
연봉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봉 협상에서 과거의 성과를 어필하는 건 성과급 논리예요. 기본급은 회사가 미래의 ‘나’에게 지불하는 돈입니다. 즉, 우리는 미래의 내 역할과 책임을 회사에 어필하고, 그것에 대한 대가에 대해 조율하는 것이 연봉 협상입니다. 결국 취업을 잘하는 것과 연봉을 높이는 것은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경제 주체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에게 돈을 지불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사용자 경험과 비즈니스는 사실 같은 것입니다. 취업과 연봉 협상을 하는 것도 물건을 파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단 하나로 연결됩니다.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는 것. 이게 비즈니스의 본질이고 디자이너의 역할이며 취업의 본질이에요.